운수 좋은 날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다양한 인물을 접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의 주변에 현실로 존재하는 인간들과도 닮은 모습을 지닌 그들과 만나는 것은, 잘만 하면 인간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역사적 상황 속에서 인간을 이해하고 우리네 삶과 연관지어 생각해보기 위해 ‘운수 좋은 날’을 교재로 만들어 보았다. 중학교 2, 3학년, 고등학교 1학년들에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수업 진행 과정
소설 속에서 만나는 인물 |
소단원 |
차 시 |
교재 및 수업자료 |
활동 |
‘운수 좋은 날’
(현진건) |
1차시 |
* 소설 ‘운수 좋은 날’ (현진건)
* 내용 토의 학습지
* 선생님이 들려주는 사랑방 역사 이야기
(1920년대) |
* 내용 파악을 위한 토의
* 역사 이야기 듣기 |
2~3
차시 |
* 모의 재판 진행을 위한 안내문 |
* 모의 재판 진행을 위한 토의 |
4~5
차시 |
* 모의 재판 진행을 위한 안내문 |
* 주인공 김첨지의 ‘남편의무 유기죄’에 관한 모의 재판 열기 |
<‘운수 좋은 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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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현 진 건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었다.
이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문안에(거기도 문밖은 아니지만) 들어간답시는 앞집 마나님을 전찻길까지 모셔다 드린 것을 비롯하여 행여나 손님이 있을까 하고 정류장에서 어정어정하며 내리는 사람 하나 하나에게 거의 비는 듯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가 마침내 교원인 듯한 양복쟁이를 동광학교(東光學校)까지 태워다 주기로 되었다.
첫 번에 삼십 전, 둘째 번에 오십 전-아침 댓바람에 그리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서 근 열흘 동안 돈 구경도 못한 김첨지는 십 전 짜리 백통화 서푼, 또는 다섯 푼이 찰깍 하고 손바닥에 떨어질 때 거의 눈물을 흘릴 만큼 기뻤었다. 더구나 이날 이 때에 이 팔십 전이라는 돈이 그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몰랐다. 컬컬한 목에 모주 한 잔도 적실 수 있거니와 그 보다도 앓는 아내에게 설렁탕 한 그릇도 사다 줄 수 있음이다.
그의 아내가 기침으로 쿨룩거리기는 벌써 달포가 넘었다. 조밥도 굶기를 먹다시피 하는 형편이니 물론 약 한 첩 써 본 일이 없다. 구태여 쓰려면 못 쓸 바도 아니로되, 그는 병이란 놈에게 약을 주어 보내면 재미를 붙여서 자꾸 온다는 자기의 신조(信條)에 어디까지 충실하였다. 따라서 의사에게 보인 적이 없으니 무슨 병인지는 알 수 없으되 반듯이 누워 가지고 일어나기는커녕 모로도 못 눕는 걸 보면 중증은 중증인 듯, 병이 이대도록 심해지기는 열흘 전에 조밥을 먹고 체한 때문이다. 그때도 김첨지가 오래간만에 돈을 얻어서 좁쌀 한 되와 십 전 짜리 나무 한 단을 사다 주었더니 김첨지의 말에 의하면 그 오라질 년이 천방지축(天方地軸)으로 냄비에 대고 끓였다. 마음은 급하고 불길은 달지 않아 채 익지도 않은 것을 그 오라질 년이 숟가락은 고만두고 손으로 움켜서 두 뺨에 주먹덩이 같은 혹이 불거지도록 누가 빼앗을 듯이 처박질 하더니만 그 날 저녁부터 가슴이 땅긴다, 배가 켕긴다고 눈을 흡뜨고 지랄병을 하였다. 그때 김첨지는 열화와 같이 성을 내며
“에이, 오라질 년, 조롱복은 할 수가 없어, 못 먹어 병, 먹어서 병, 어쩌란 말이냐! 왜 눈을 바루 뜨지 못해!”
하고 김첨지는 앓는 이의 뺨을 한 번 후려갈겼다. 흡뜬 눈은 조금 바루어졌건만 이슬이 맺히였다. 김첨지의 눈시울도 뜨끈뜨끈하였다.
이 환자가 그러고도 먹는 데는 물리지 않았다. 사흘 전부터 설렁탕 국물이 마시고 싶다고 남편을 졸랐다.
“이런 오라질 년! 조밥도 못 먹는 년이 설렁탕은. 또 처먹고 지랄병을 하게.”
라고, 야단을 쳐 보았건만, 못 사 주는 마음이 시원치는 않았다. 인제 설렁탕을 사 줄 수도 있다. 앓는 어미 곁에서 배고파 보채는 개똥이(세살먹이)에게 죽을 사 줄 수도 있다.-팔십 전을 손에 쥔 김첨지의 마음은 푼푼하였다.
그러나 그의 행운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땀과 빗물이 섞여 흐르는 목덜미를 기름주머니가 다 된 광목 수건으로 닦으며, 그 학교 문을 돌아나올 때였다. 뒤에서 ‘인력거!’하고 부르는 소리가 난다. 자기를 불러 멈춘 사람이 그 학교 학생인 줄 김첨지는 한번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 학생은 다짜고짜로,
“남대문 정거장까지 얼마요?”
라고, 물었다. 아마도 그 학교 기숙사에 있는 이로 동기방학을 이용하여 귀향하려 함이리라. 오늘 가기로 작정은 하였건만 비는 오고, 짐은 있고 해서 어찌할 줄 모르다가 마침 김첨지를 보고 뛰어나왔음이리라. 그렇지 않으면 왜 구두를 채 신지 못해서 질질 끌고, 비록 ‘고구라’양복일망정 노박이로 비를 맞으며 김첨지를 뒤쫓아 나왔으랴.
“남대문 정거장까지 말씀입니까.”
하고 김첨지는 잠깐 주저하였다. 그는 이 우중에 우장도 없이 그 먼 곳을 철벅거리고 가기가 싫었음일까? 처음 것, 둘째 것으로 그만 만족하였음일까? 아니다, 결코 아니다. 이상하게도 꼬리를 맞물고 덤비는 이 행운 앞에 조금 겁이 났음이다. 그리고 집을 나올 제 아내의 부탁이 마음에 켕기었다. - 앞집 마나님한테서 부르러 왔을 제 병인은 그 뼈만 남은 얼굴에 유일의 생물 같은 유달리 크고 움푹한 눈에 애걸하는 빛을 띠며,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제발 덕분에 집에 붙어 있어요, 내가 이렇게 아픈데…….”
라고, 모기소리 같이 중얼거리고 숨을 걸그렁걸그렁하였다. 그때에 김첨지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압다, 젠장맞을 년, 별 빌어먹을 소리를 다 하네, 맞붙들고 앉았으면 누가 먹여 살릴 줄 알아.”
하고, 훌쩍 뛰어나오려니까 환자는 붙잡을 듯이 팔을 내저으며,
“나가지 말라도 그래, 그러면 일찍 들어와요.”
하고, 목 메인 소리가 뒤를 따랐다.
정거장까지 가잔 말을 들은 순간에 경련적으로 떠는 손, 유달리 큼직한 눈, 울 듯한 아내의 얼굴이 김첨지의 눈앞에 어른어른하였다.
“그래 남대문 정거장까지 얼마란 말이오?”
하고 학생은 초조한 듯이 인력거꾼의 얼굴을 바라보며 혼잣말같이,
“인천 차가 열 한 점에 있고, 그 다음에는 새로 두 점이든가.”
라고 중얼거린다.
“일 원 오십 전만 줍시오.”
이 말이 저도 모를 사이에 불쑥 김첨지의 입에서 떨어졌다. 제 입으로 부르고도 스스로 그 엄청난 돈 액수에 놀래었다. 한꺼번에 이런 금액을 불러라도 본 지가 그 얼마 만인가! 그러자 그 돈 벌 용기가 병자에 대한 염려를 사르고 말았다. 설마 오늘 내로 어떠랴 싶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 일 제 이의 행복을 곱친 것보다도 오히려 갑절이 많은 이 행운을 놓칠 수 없다 하였다.
“일 원 오십 전은 너무 과한데.”
이런 말을 하며 학생은 고개를 기웃하였다.
“아니올시다. 이수로 치면 여기서 거기가 시오리가 넘는답니다. 또 이런 날에 좀더 주셔야지요.”
하고 빙글빙글 웃는 차부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넘쳐흘렀다.
“그러면 달라는 대로 줄 터이니 빨리 가요.”
관대한 어린 손님은 그런 말을 남기고 총총히 옷도 입고 짐도 챙기러 갈 데로 갔다.
그 학생을 태우고 나선 김첨지의 다리는 이상하게 가뿐하였다. 달음질을 한다느니보다 거의 나는 듯하였다. 바퀴도 어떻게 속히 도는지 구른다느니보다 마치 얼음을 지쳐 나가는 스케이트 모양으로 미끄러져 가는 듯하였다. 언 땅에 비가 내려 미끄럽기도 하였지만.
이윽고 끄는 이의 다리는 무거워졌다. 자기 집 가까이 다다른 까닭이다. 새삼스러운 염려가 그의 가슴을 눌렀다.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내가 이렇게 아픈데’ 이런 말이 잉잉 그의 귀에 울렸다. 그리고 병자의 움쑥 들어간 눈이 원망하는 듯이 자기를 노리는 듯하였다. 그러자 엉엉하고 우는 개똥이의 곡성을 들은 듯싶다. 딸꾹딸꾹하고 숨 모으는 소리도 나는 듯싶다.
“왜 이러우, 기차 놓치겠구먼.”
하고 탄 이의 초조한 부르짖음이 간신히 그의 귀에 들어왔다. 언뜻 깨달으니 김첨지는 인력거 채를 쥔 채 길 한복판에 엉거주춤 멈춰있지 않은가.
“예, 예.”
하고, 김첨지는 또다시 달음질하였다. 집이 차차 멀어갈수록 김첨지의 걸음에는 다시금 신이 나기 시작하였다. 다리를 재게 놀려야만 쉴새 없이 자기의 머리에 떠오르는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잊을 듯이.
정거장까지 끌어다 주고 그 깜짝 놀랄 일 원 오십 전을 정말 제 손에 쥐매, 제 말마따나 십 리나 되는 길을 비를 맞아 가며 질퍽거리고 온 생각은 아니하고, 거저나 얻은 듯이 고마웠다. 졸부나 된 듯이 기뻤다. 제 자식 뻘밖에 안 되는 어린 손님에게 몇 번 허리를 굽히며,
“안녕히 다녀옵시오.”
하고 깍듯이 재우쳤다.
그러나 빈 인력거를 털털거리며 이 우중에 돌아갈 일이 꿈 밖이었다. 노동으로 하여 흐른 땀이 식어지자 굶주린 창자에서, 물 흐르는 옷에서 어슬어슬한 기가 솟아나기 비롯하매 일 원 오십 전이란 돈이 얼마나 괜찮고 괴로운 것인 줄 절절히 느끼었다. 정거장을 떠나는 그의 발길은 힘 하나 없었다. 온몸이 옹송그려지며 당장 그 자리에 엎어져 못 일어날 것 같았다.
“젠장맞을 것! 이 비를 맞으며 빈 인력거를 털털거리고 돌아를 간담. 이런 빌어먹을, 제 할미를 붙을 비가 왜 남의 상판을 딱딱 때려!”
그는 몹시 화증을 내며 누구에게 반항이나 하는 듯이 게걸거렸다. 그럴 즈음에 그의 머리엔 또 새로운 광명이 비쳤나니, 그것은 ‘이러구 갈게 아니라 이 근처를 빙빙 돌며 차 오기를 기다리면 또 손님을 태우게 될는지도 몰라’ 란 생각이었다. 오늘 운수가 괴상하게도 좋으니까 그런 요행이 또 한번 없으리라고 누가 보증하랴. 꼬리를 물리는 행운이 꼭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내기를 해도 좋을 만한 믿음을 얻게 되었다. 그렇다고 정거장 인력거꾼의 등쌀이 무서우니 정거장 앞에 섰을 수는 없었다. 그래 그는 이전에도 여러 번 해 본 일이라 바로 정거장 앞 전차정류장에서 조금 떨어지게 사람 다니는 길과 전찻길 틈에 인력거를 세워놓고 자기는 그 근처를 빙빙 돌며 형세를 관망하기로 하였다 얼마 만에 기차는 왔고 수십 명이나 되는 손님이 정류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서 손님을 물색하는 김첨지의 눈엔 양머리에 뒤축 높은 구두를 신고 망토까지 두른 기생 퇴물인 듯, 난봉 여학생인 듯한 여편네의 모양이 띄었다. 그는 슬근슬근 그 여자의 곁으로 다가들었다.
“아씨, 인력거 아니 타시랍시오?”
그 여학생인지 뭔지가 한참은 매우 태깔을 빼며 입술을 꼭 다문 채 김첨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김첨지는 구걸하는 거지나 무엇같이 연해 연방 그의 기색을 살피며,
“아씨, 정거장 애들보담 아주 싸게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댁이 어디신가요.”
하고, 추근추근하게도 그 여자의 들고 있는 일본식 버들고리짝에 제 손을 대었다.
“왜 이래 남 귀치않게.”
소리를 벽력같이 지르고는 돌아선다. 김첨지는 어렵쇼 하고 물러섰다. 전차는 왔다. 김첨지는 원망스럽게 전차 타는 이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예감(豫感)은 틀리지 않았다. 전차가 빡빡하게 사람을 싣고 움직이기 시작하였을 제 타고 남은 손님이 하나 있었다. 굉장하게 큰 가방을 들고 있는 걸 보면 아마 붐비는 차안에 짐이 크다 하여 차장에게 밀려 내려온 눈치였다. 김첨지는 대어섰다.
“인력거를 타시랍시오.”
한동안 값으로 승강이를 하다가 육십 전에 인사동까지 태워다 주기로 하였다. 인력거가 무거워지매 그의 몸은 이상하게도 가벼워졌고 그리고 또 인력거가 가벼워지니 몸은 다시금 무거워졌건만 이번에는 마음조차 초조해 온다. 집의 광경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리어 인제 요행을 바랄 여유도 없었다. 나무 등걸이나 무엇 같고 제 것 같지도 않은 다리를 연해 꾸짖으며 갈팡질팡 뛰는 수밖에 없었다. 저놈의 인력거꾼이 저렇게 술이 취해 가지고 이 진 땅에 어찌 가노, 라고 길 가는 사람이 걱정을 하리만큼 그의 걸음은 황급하였다. 흐리고 비 오는 하늘은 어두침침하게 벌써 황혼에 가까운 듯하다. 창경원 앞까지 다다라서야 그는 턱에 닿은 숨을 돌리고 걸음도 늦추 잡았다. 한 걸음 두 걸음 집이 가까워올수록 그의 마음조차 괴상하게 누그러웠다. 그런데 이 누그러움은 안심해서 오는 게 아니요, 자기를 덮친 무서운 불행을 빈틈없이 알게 될 때가 박두한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오는 것이다. 그는 불행에 다닥치기 전 시간을 얼마쯤이라도 늘이려고 버르적거렸다. 기적(奇蹟)에 가까운 벌이를 하였다는 기쁨을 할 수 있으면 오래 지니고 싶었다. 그는 두리번두리번 사면을 살피었다. 그 모양은 마치 자기 집-곧 불행을 향하여 달려가는 제 다리를 제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 할 수 없으니 누구든지 나를 좀 잡아 다고, 구해 다고 하는 듯하였다.
그럴 즈음에 마침 길가 선술집에서 그의 친구 치삼이가 나온다. 그의 우글우글 살찐 얼굴에 주홍이 오른 듯, 온 턱과 뺨을 시커멓게 구레나룻이 덮였거늘, 노르탱탱한 얼굴이 바짝 말라서 여기저기 고랑이 패고, 수염도 있대야 턱밑에만 마치 솔잎 송이를 거꾸로 붙여 놓은 듯한 김첨지의 풍채하고는 기이한 대상을 짓고 있었다.
“여보게 김첨지, 자네 문안 들어갔다 오는 모양일세 그려. 돈 많이 벌었을 테니 한 잔 빨리게.”
뚱뚱보는 말라깽이를 보던 맡에 부르짖었다. 그 목소리는 몸짓과 딴판으로 연하고 싹싹하였다. 김첨지는 이 친구를 만난 게 어떻게 반가운지 몰랐다. 자기를 살려 준 은인이나 무엇같이 고맙기도 하였다.
“자네는 벌써 한잔 한 모양일세 그려. 자네도 오늘 재미가 좋아보이.”
하고, 김첨지는 얼굴을 펴서 웃었다.
“압다, 재미 안 좋다고 술 못 먹을 낸가. 그런데 여보게 자네 왼 몸이 어째 물독에 빠진 새앙쥐 같은가? 어서 이리 들어와 말리게.”
선술집은 훈훈하고 뜨뜻하였다. 추어탕을 끓이는 솥뚜껑을 열 적마다 뭉게뭉게 떠오르는 흰김, 석쇠에서 삐지짓삐지짓 구워지는 너비아니 구이며 제육이며 간이며 콩팥이며 북어며 빈대떡…… 이 너저분하게 늘어 놓인 안주 탁자에 김첨지는 갑자기 속이 쓰려서 견딜 수 없었다. 마음대로 할 양이면 거기 있는 모든 먹음 먹이를 모조리 깡그리 집어삼켜도 시원치 않았다. 하되 배고픈 이는 우선 분량 많은 빈대떡 두 개를 쪼이기로 하고 추어탕을 한 그릇 청하였다. 주린 창자는 음식 맛을 보더니 더욱더욱 비어지며 자꾸자꾸 들이라 들이라 하였다. 순식간에 두부와 미꾸리 든 국 한 그릇을 그냥 물같이 들이키고 말았다. 셋째 그릇을 받아 들었을 제 데우던 막걸리 곱빼기 두 잔이 더웠다. 치삼이와 같이 마시자 원원이 비웠던 속이라 찌르르하고 창자에 퍼지며 얼굴이 화끈하였다. 눌러 곱빼기 한잔을 또 마셨다. 김첨지의 눈은 벌써 개개풀리기 시작하였다. 석쇠에 얹힌 떡 두 개를 숭덩숭덩 썰어서 볼을 불룩거리며 또 곱빼기 두 잔을 부어라 하였다.
치삼은 의아한 듯이 김첨지를 보며,
“여보게 또 붓다니, 벌써 우리가 넉 잔씩 먹었네, 돈이 사십 전일세.”
라고 주의시켰다.
“아따 이놈아, 사십 전이 그리 끔찍하냐. 오늘 내가 돈을 막 벌었어. 참 오늘 운수가 좋았느니.”
“그래 얼마를 벌었단 말인가?”
“삼십 원을 벌었어, 삼십 원을! 이런 젠장맞을 술을 왜 안 부어…… 괜찮다 괜찮다, 막 먹어도 상관이 없어. 오늘 돈 산더미같이 벌었는데.”
“이놈아, 이걸 먹고 취할 내냐, 어서 더 먹어.”
하고는 치삼의 귀를 잡아채며 취한 이는 부르짖었다.
그리고 술을 붓는 열다섯 살 됨직한 중대가리에게도 달려들며,
“이놈, 오라질 놈, 왜 술을 붓지 않어.”
라고 야단을 쳤다. 중대가리는 히히 웃고 치삼을 보며 문의하는 듯이 눈짓을 하였다. 주정꾼이 이 눈치를 알아보고 화를 버럭 내며,
“에미를 붙을 이 오라질 놈들 같으니, 이놈 내가 돈이 없을 줄 알고.”
하자마자 허리춤을 훔칫훔칫 하더니 일 원 짜리 한 장을 꺼내어 중대가리 앞에 펄쩍 집어던졌다. 그 사품에 몇 푼 은전이 잘그랑 하며 떨어진다.
“ 여보게, 돈 떨어졌네, 왜 돈을 막 끼얹나.”
이런 말을 하며 일변 돈을 줍는다. 김첨지는 취한 중에도 돈의 거처를 살피는 듯이 눈을 크게 떠서 땅을 내려다보다가 불시에 제 하는 짓이 너무 더럽다는 듯이 고개를 소스라치자 더욱 성을 내며,
“봐라 봐! 이 더러운 놈들아, 내가 돈이 없나, 다리 뼉다구를 꺾어 놓을 놈들 같으니.”
하고 치삼의 주워 주는 돈을 받아,
“이 원수에 돈! 이 육시를 할 돈!”
하면서, 팔매질을 친다. 벽에 맞아 떨어진 돈은 다시 술 끓이는 양푼에 떨어지며 정당한 매를 맞는다는 듯이 쨍하고 울었다.
곱배기 두 잔은 또 부어질 겨를도 없이 말려가고 말았다. 김첨지는 입술과 수염에 붙은 술을 빨라 들이고 나서 매우 만족한 듯이 그 솔잎송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또 부어, 또 부어.”
라고, 외쳤다. 또 한 잔 먹고 나서 김첨지는 치삼의 어깨를 치며 문득 껄껄 웃는다. 그 웃음소리가 어떻게 컸는지 술집에 있는 이의 눈은 모두 김첨지에게로 몰리었다. 웃는 이는 더욱 웃으며,
“여보게 치삼이, 내 우스운 이야기 하나 할까. 오늘 손을 태고 정거장에까지 가지 않았겠나.”
“그래서.”
“갔다가 그냥 오기가 안됐네그레, 그래 전차 정류장에서 어름어름하며 손님 하나를 태울 궁리를 하지 않았나. 거기 마침 마나님이신지 여학생님이신지-요새야 어디 논다니와 아가씨를 구별할 수가 있던가-망토를 두르시고 비를 맞고 서 있겠지, 슬근슬근 가까이 가서 인력거 타시랍시오 하고 손가방을 받으려니까 내 손을 탁 뿌리치고 홱 돌아서더니만 ‘왜 남을 이렇게 귀찮게 굴어!’ 그 소리야말로 꾀꼬리 소리지, 허허!“
김첨지는 교묘하게도 정말 꾀꼬리 같은 소리를 내었다. 모든 사람은 일시에 웃었다.
“빌어먹을 깍쟁이 같은 년, 누가 저를 어쩌나, ‘왜 남을 귀찮게 굴어!’ 어이구, 소리가 처신도 없지, 허허.”
웃음소리들은 높아졌다. 그러나 그 웃음소리가 사라지기 전에 김첨지는 훌쩍훌쩍 울기 시작하였다.
치삼은 어이없이 주정뱅이를 바라보며,
“금방 웃고 지랄을 하더니 우는 건 또 무슨 일인가.”
김첨지는 연해 코를 들여마시며,
“우리 마누라가 죽었다네.”
“뭣, 마누라가 죽다니, 언제?”
“이놈아 언제는. 오늘이지.”
“에끼 미친 놈, 거짓말 마라.”
“거짓말은 왜, 참말로 죽었어, 참말로……마누라 시체를 집에 뻐들쳐 놓고 내가 술을 먹다니, 내가 죽일 놈이야, 죽일 놈이야.”
하고 김첨지는 엉엉 소리를 내어 운다.
치삼은 흥이 조금 깨어지는 얼굴로,
“원 이 사람이, 참말을 하나 거짓말을 하나. 그러면 집으로 가세 가.”
하고 우는 이의 팔을 잡아당기었다.
치삼의 끄는 손을 뿌리치더니 김첨지는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싱그레 웃는다.
“죽기는 누가 죽어.”
하고 득의가 양양.
“죽기는 왜 죽어, 생떼같이 살아만 있단다. 그 오라질 년이 밥을 죽이지. 인제 나한테 속았다.”
하고, 어린애 모양으로 손뼉을 치며 웃는다.
“이 사람이 정말 미쳤단 말인가. 나도 아주먼네가 앓는단 말을 들었는데.”
하고, 치삼이도 어느덧 불안을 느끼는 듯이 김첨지에게 또 돌아가라고 권하였다.
“안 죽었어, 안 죽었대도 그래.”
김첨지는 화증을 내며 확신 있게 소리를 질렀으되 그 소리엔 안 죽은 것을 믿으려고 애쓰는 가락이 있었다. 기어이 일 원어치를 채워서 곱빼기 한 잔씩 더 먹고 나왔다. 궂은 비는 의연히 추적추적 내린다.
김첨지는 취중에도 설렁탕을 사 가지고 집에 다다랐다. 집이라 해도 물론 셋집이요, 또 집 전체를 세든 게 아니라 안과 뚝 떨어진 행랑방 한 간을 빌어 든 것인데 물을 길어대고 한 달에 일 원씩 내는 터이다. 만일 김첨지가 주기를 띠지 않았던들 한 발을 대문에 들여놓았을 제 그곳을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정적(靜寂)-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바다 같은 정적에 다리가 떨렸으리라. 쿨룩거리는 기침 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르렁거리는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다. 다만 이 무덤 같은 침묵을 깨뜨리는-깨뜨린다느니 보다 한층 더 침묵을 깊게 하고 불길하게 하는 빡빡 하는 그윽한 소리, 어린애의 젖 빠는 소리가 날뿐이다. 만일 청각(聽覺)이 예민한 이 같으면 그 빡빡 소리는 빨 나름이요, 굴떡굴떡 하고 젖 넘어가는 소리가 없으니 빈 젖을 빤다는 것도 짐작할는지 모르리라.
혹은 김첨지도 이 불길한 침묵을 짐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전에 없이,
“이 난장맞을 년, 남편이 들어오는데 나와 보지도 않아, 이 오라질 년.”
이라고 고함을 친 게 수상하다, 이 고함이야말로 제 몸을 엄습해 오는 무시무시한 증을 쫓아 버리려는 허장성세(虛張聲勢)인 까닭이다.
하여간 김첨지는 방문을 왈칵 열었다. 구역을 나게 하는 추기-떨어진 삿자리 밑에서 나온 먼짓내, 빨지 않은 기저귀에서 나는 똥내와 오줌내, 가지각색 때가 켜켜이 앉은 옷내, 병인의 땀 썩은 내가 섞인 추기가 무딘 김첨지의 코를 찔렀다.
방안에 들어서며 설렁탕을 한구석에 놓을 사이도 없이 주정꾼은 목청을 있는 대로 다 내어 호통을 쳤다.
“이런 오라질 년, 주야장천(晝夜長川) 누워만 있으면 제일이야! 남편이 와도 일어나지를 못해.”
라는 소리와 함께 발길로 누운 이의 다리를 몹시 찼다. 그러나 발길에 채이는 건 사람의 살이 아니고 나무등걸과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때에 빽빽 소리가 ‘응아’ 소리로 변하였다. 개똥이가 물었던 젖을 빼놓고 운다. 운대도 온 얼굴을 찡그려 붙여서, 운다는 표정을 할 뿐이다. 응아 소리도 입에서 나는 게 아니고 마치 뱃속에서 나는 듯하였다 울다가 목도 잠겼고 또 울 기운조차 시진(澌盡)한 것 같다.
발로 차도 그 보람이 없는 걸 보자 남편은 아내의 머리맡으로 달려들어 그야말로 까치집 같은 환자의 머리를 꺼들어 흔들며,
“이년아 말을 해, 말을! 입이 붙었어, 이 오라질 년!”
“……”
“으응, 이것 봐, 아무 말이 없네.”
“……”
“이년아, 죽었단 말이냐, 왜 말이 없어.”
“……”
“으응, 또 대답이 없네, 정말 죽었나버이.”
이러다가 누운 이의 흰 창이 검은 창을 덮은, 위로 치뜬 눈을 알아보자마자.
“이 눈깔! 이 눈깔! 왜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천장만 보느냐 응.”
하는 말끝엔 목이 메었다. 그러자 산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의 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김첨지는 미칠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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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활동 사례
내용파악을 위한 토의
1. 김첨지의 직업은 무엇인가요?
2. 김첨지의 아내는 어떻게 해서 앓게 되었지요?
3 최근 김첨지네 가정형편은 어떤 것 같습니까?
4. 이 소설은 하루 동안에 일어난 일을 시간 순서대로 보여줍니다. 표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사건의 진행과정 밑에 당시 김첨지의 심리상태를 정리하면 됩니다. 소설 속에 첨지의 심리가 분명히 드러나 있지 않다면 여러분이 짐작해서 정리해도 좋습니다.
시대 : 1920년대 초반 |
계절 : 겨울(겨울 방학 시작 무렵) |
날씨 : 눈이 올 것 같다가 얼다가 만 겨울비 가 하루종일 내림 |
아침 나절 |
* 오늘만은 나가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아내를 뿌리치고 일을 나감
* 앞집 마나님을 전찻길까지 모셔다 드림
* 전찻길서 만난 교원인 듯한 양복쟁이를 동광 학교까지 태워다 줌 |
★ 김첨지의 심리상태 : |
점심 나절 |
* 동광 학교 학생을 남대문 정거장까지 태워다 주고 일원 오십전 받음
* 남대문 정거장에서 짐이 커서 전철에서 밀려난 사람을 인사동까지 태우고 감 |
★ 김첨지의 심리상태 : |
저녁 때 |
* 친구 치삼을 만나 술집에서 호기를 부리며 술 마시고 고픈 배를 채움 |
★ 김첨지의 심리상태 : |
늦은 저녁 |
* 아내가 먹고 싶다던 설렁탕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감. 아내의 죽음을 목격함 |
★ 김첨지의 심리상태 : |
5.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여러분은 점점 불안해지거나 긴장하지는 않았나요? 그랬다면 어떤 이유에서였을까요??
6. 위 표를 완성해보면 표면적인 사건의 진행과 김첨지의 마음속 상태는 크게 엇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1) 이 소설의 제목이 ‘운수 좋은 날’로 붙여진 이유는 표면적인 사건진행으로 보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왜 ‘운수 좋은 날’인가요?
2) 표면적 사건진행과 김첨지의 마음 속 상태를 정반대로 엇나가게 배치한 데는 작가의 숨은 의도가 있습니다. 힌트, 슬픈 이별을 한 여자의 시선으로 행복한 연인들을 바라보는 장면을 넣는 영화 연출자의 연출 의도와도 같은 것이지요. 소설가는 무슨 의도로 이런 배치를 했을까요? (무슨 효과를 노린 걸까요?)
<참고자료 - 선생님이 들려주는 사랑방 역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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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대 말에서 20년대 중반까지
오늘은 소설 [운수 좋은 날]의 역사적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준비했단다. 빙허 현진건이 이 소설 [운수 좋은 날]을 1925년에 발표했으니 이 소설은 적어도 1920년대 초반의 역사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파 드러누운 마누라를 두드려 패는 우리들의 무식한 주인공 김첨지는 어디서 태어나고 어떻게 자라고 어쩌다 서울 혜화동 근처까지 흘러와 인력거꾼이 되었을까? 역사적 상상력(즉 당시의 시대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있을 법한 상황을 상상으로 되살려 놓는 것)을 발휘해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가능할 수도 있단다.
“일제가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지배했던 가장 큰 이유가 뭐게?”
“그저 우리나라 땅덩어리를 차지하고 싶었던 거겠죠.”
“땅덩어리를 차지해서 무엇에 쓰게? 오늘날 같으면야 부동산 투기를 하면 돈이 되겠지 만...”
“혹시 자기네 땅이 좁고 지진 나는 땅 투성이라 다 옮겨와 살려구 한 건 아닐까요?”
그래, 일본인들이 많이 옮겨와 살기도 했단다. 일제는 동양척식주식회사(이하 동척)라는 회사를 통해 일본인의 한국 농업이민을 장려했지. 일본인 촌락을 세워 조선 지배의 근거지로 삼으려 하기도 했어. 하지만 무엇보다도 일본은 쌀이 필요했어. 제 1차 세계대전 때 유럽에 군수물자 팔아먹으면서 짭짤한 재미를 본 일본은 이후 급속하게 공업화를 이룩하면서 자기네 나라의 농업기반은 무너뜨려 버렸기 때문에 부족한 쌀을 조선 땅에서 생산해 가져가려고 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꾀를 냈어. 토지 조사사업을 벌인다고 해놓고, 개인소유로 신고 안 하는 땅을 다 몰수해 버리는 거야. 조선후기 이래 농민들이 제 땅처럼 경작해 먹고살던 문중 땅, 기타 공유지나 국유지를 모조리 찾아내 총독부 땅으로 하고, 분명히 개인소유인 땅에 대해서도 토지세를 악착같이 받아내기 위해 토지 조사사업을 벌인 거지.
총독부는 1910년 한일합방 하자마자 9월에 ‘임시 토지조사국’을 설치하고 1912년에 토지조사령을 공포한 후 전국의 토지를 1918년 11월까지 샅샅이 조사했다. 그 결과, 농토의 13%이상이 총독부와 동척과 일본인들의 소유가 되어버렸지. 농토를 잃어 몰락한 농민들은 이고 지고 만주로 건너가 중국인들 아래서 소작인 생활을 하거나 아니면 도시로 흘러 들어가 날품팔이 지게꾼, 인력거꾼이 되기도 했어. 더러 걸인이 되기도 하고. (1917년 총독부가 집계한 서울 인구의 직업별 분포를 보면, 장사꾼이 5만 8천 872명으로 28.6%, 공장노동자가 3만 3천 504명으로 16.2%, 농사꾼이 6천 148명으로 3%, 어부가 295명으로 0.1% 순이었는데, 반수 이상인 10만 7천 396명(52.1%)은 기타로 분류되어 있다. 이들은 대부분 막노동꾼, 지게꾼, 머슴, 식모, 하녀들인 것으로 추측된다.-역사신문 6권 26쪽)
일제가 조선을 경제적으로 수탈하고 조선민중들의 저항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힘과 무력으로 무시무시하게 억압하는 통치방식이 필요했지. 그걸 일제의 무단통치라고 한다. 나 어렸을 적만 해도 내가 울면 울 엄마나 큰엄마가 말씀하셨다. “뚝, 저기 순사 온다!” 울 엄마가 자랄 때는 아기들에게도 일본 순사가 호랑이보다 곶감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던 모양이야.
사람이 누르면 누르는 대로 납작해지는 밀가루 반죽도 아니고, 으~ 더 이상 못 참겠다. 분개한 조선 민중들은 들고일어났어. 그게 1919년에 있었던 3․1 만세운동이다. 우리 집은 그때 병천 아우내 장터 끝에 있는 기와집이었는데, 유관순 언니가 선두에 선 만세 시위대가 아우내 장터에서 대한 독립 만세! 를 부르는데 일본 순사들, 헌병들이 대번에 쫙 깔리더니 총을 꽝꽝 쏘아대더라는 구나. 무장하지도 않은 흰옷 입은 장터의 사람들에게 말야. 울 아버지는 1919년 4월 15일생이시니까, 1919년 4월 1일에 일어난 아우내 만세운동(아우내에선 한 달 뒤에 만세운동이 일어났대) 땐 만삭의 할머니 뱃속에 계셨을 테고, 울 아버지보다 여섯 살 위인 큰아버지는 그때 여섯 살 꼬마였는데, 시위대며 장꾼들이 일본 헌병들의 총질을 피해 우르르 우리집으로 달려들어 오더니 마루청 밑으로 숨더래. 여섯 살 꼬마의 기억으로도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을지 느껴지지? 옛날에는 목천서 장보러 죄다 아우내 장으로 갔으니 너희들 증조 할머니, 할아버지 중에도 우리집 마루 밑에 숨었던 분이 있을지 모른다.
3․1 만세 운동은 비폭력 저항운동이었지만 일제는 총칼로 조선민중을 진압했다. 하지만 3․1 운동의 불씨는 꺼진 게 아니었어.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노동자들이, 농촌에서는 농민들이, 만주에서는 독립군들이, 해외에서는 각종 독립운동 단체들이, 의열단이라는 무장테러 비밀조직까지 일제에 맞서 투쟁을 벌였지. 우리가 누르면 누르는 대로 납작해지는 밀가루 반죽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일제는 1919년 8월 신임 사이토 총독을 조선에 보내면서 앞으로는 무단통치가 아니라 문화 통치를 하겠다고 하고, 조선인의 집회, 결사의 자유를 허용하고, 조선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고, 헌병경찰제를 폐지한다는 등의 약속을 했지. 이광수를 비롯해 일부 정신나간 지식인이나 자산가들은 이에 동조했을지 모르지만, 문화통치라고 해서 일반 민중에게 나아진 것이라고는 없었어.
앞의 역사적 상상력 이야기로 되돌아가 보자. 김첨지 일가가 서울에서도 가장 하층민 생활을 하기 전에는 어디서 어떻게 살다가 어떤 연유로 서울로 흘러들게 되었을까. 김첨지도 시골 어디서 문중 땅을 부쳐먹는 농사꾼이었다가 토지조사 사업 이후에 땅을 잃게 되어 고향을 떠난 것은 아닐까? 당시 대부분 농토를 잃은 농민들이 간도로 가거나 도시지역의 가장 하층민으로 편입된 사실을 상기한다면 아주 관련이 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농사짓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김첨지는 당연히 인력거꾼 같은 막노동꾼이 될 수밖에 없었겠지. 서울의 막노동꾼 일당이 1917년 기준으로 50전이었다는데 당시 쌀 한가마는 12원 22전이나 했으니 다행히 일거리가 많아 한 달에 20여일 일한다 해도 쌀 한 가마 사기에도 모자라는 돈으로 생계를 꾸려 나갔다는 얘기다. 집세며, 물세, 연료비(나뭇단을 사다 땠다.)를 내고 나면 한 달의 절반은 굶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주인공 김첨지가 어떻게 살았을지 짐작이 되지? 설상가상으로 소설이 발표되던 해 그러니까 1925년엔 큰 홍수가 나서 전국을 휩쓸었다고 하니 식량난에 물가는 급등하고 서울에서도 최하위층인 김첨지네 일가는 참 팍팍하게 살았을 거야. 게다가 마누라가 병까지 났으니...
어때 재미있었니?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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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 재판 진행을 위한 안내
다음 시간에 여러분은 ‘병든 아내를 치료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방치한 김첨지의 ‘남편 의무유기죄’에 대한 모의 재판‘을 하게 됩니다. ’남편의무 유기죄‘란 죄명은 실제로는 없습니다. 남편의무를 유기한 경우 이혼사유는 되겠지요. 하지만 모의 재판이므로 이런 죄명으로 재판을 열겠습니다. 개인의 이해관계가 얽혀 소를 제기하면 민사재판이지만 이 재판은 형사사건에 대해 검사가 소를 제기한 형사재판입니다. 이와 관련된 법정 용어를 먼저 알아봅시다.
* 공판 - 형사재판에서 죄가 있고 없음을 심판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한 사건의 재판은 통상 여러 번의 공판으로 이루어집니다.
* 피고인 - 민사소송에는 원고와 피고가 있습니다. 원고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당사자, 피고는 소송을 당한 사람을 말합니다. 하지만 형사소송에는 원고는 없고 검사가 직접 죄를 범한 사실이 있는 사람에 대하여 공소(검사가 특정 형사 사건에 대해 법원에 심판을 요구하는 것)를 제기합니다. 그 공소를 당한 사람이 피고인입니다.
* 신문 - 증인, 피고인 등에게 자세히 물어 사건을 조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 변론 - 소송 당사자나 변호인이 법정에서 하는 진술, 여러 증거를 들어 피고인이 무죄임을 입증하는 논리를 펼쳐야겠지요.
* 구형 -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에게 어떠한 형벌을 주기를 검사가 판사에 요구하는 것입니다. 형벌의 종류에는 징역(교도소에 가두고 일정 기간 강제 노역을 시키는 것), 금고(가두기는 하지만 일을 시키지는 않는 벌), 벌금형, 사회봉사 명령 등이 있습니다.
* 선고 - 재판의 판결을 내리는 것을 말합니다. 통상 검사의 구형대로 선고하지는 않고 피고인이 잘못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여러 정황이나 정상을 참작하여 선고를 합니다. 그러므로 선고에는 집행유예(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형의 판결을 받았으되 정상을 참작할 이유가 있을 경우 일정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하며 그 기간 동안 무사히 지내면 형을 집행하지 않는 제도)나 선고유예(피고인의 정상을 참작하여 아예 형의 선고를 일정기간 동안 유예하는 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이라는 선고를 내리면 피고인은 감옥에 가지 않게 되고 집행유예 1년간 무사히 지내면 형의 효력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지요.
* 휴정 - 재판을 잠시 쉬는 것을 말합니다. 모의 재판도 쉬는 시간에는 잠시 휴정하겠습니다.
* 속개 - 일단 멈추었던 회의나 재판 등을 다시 이어서 여는 것을 말합니다. |
각 두레는 재판 참여자를 뽑고, 재판에서 말할 내용을 토의를 통해 함께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1. 재판장을 맡은 두레 : 재판장과 서기를 선출하세요. 이 두레는 재판의 전체 진행과정을 알고 각 두레에서 나올 검사, 변호인, 피고인, 특히 여러 명의 증인이 누구누구인지 모두 조사해서 전체 재판 진행순서를 미리 짜 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재판 당일에는 모의 재판을 실제로 진행해야 합니다.
1) 준비물 : 의사봉. 검은 망토, 서기록
2) 재판진행 순서 : 개정선언 - 검사측 고발 - 변호인 반론 -피고인 신문(검사측, 변호인측) - 증인신문(검사측, 변호인측) - 변호인 최후변론 - 검사의 구형 - 배심원 토의 - 선고
2. 검사를 맡은 두레 : 검사 1명을 선출하세요. 소설을 꼼꼼히 읽고 피고인의 죄의 내용과 증거를 수집하여 고발 내용을 정리하고, 죄 지은 사실을 입증할 수 있도록 피고인과 증인에 대한 신문 내용을 정해야 합니다. 신문에서 피고인의 범죄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만큼 집요하게 이어지는 추궁성 질문을 만들어야 합니다. 죄를 입증하는 데 필요한 증인을 내세워 신문할 수 있습니다. 증인은 소설 속 등장인물이거나 새로운 상상의 인물을 내세울 수도 있지요. (예: 치삼 또는 집주인, 김첨지의 고향 친구, 아내의 친정 식구 등) 신문 내용을 바탕으로 결론을 정리하여 구형하면 됩니다. 피고인 신문 내용, 증인 신문 내용을 피고인 두레와 증인 두레에게 넘겨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답변을 준비하겠지요. 모의 재판이니까 신문내용을 미리 넘겨주는 거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쫓고 쫓기는 두뇌 싸움, 논리 싸움을 하게 마련이랍니다.
3. 변호인을 맡은 두레 : 변호사 1명을 선출합니다.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자료(소설 속의 상황, 시대 자료 등)를 최대한 수집하고 분석하여 검사의 논리에 대응할 변론 내용을 정리하도록 합니다. 변론은 맨 처음의 반론과 최후변론 두 가지로 준비해야 합니다. 피고인과 증인에 대한 신문 내용을 마련하여 미리 피고인 두레와 증인 두레에게 넘겨주어야 합니다. 신문내용은 피고인의 무죄 사실을 입증할 수 있도록 유도성 질문이어야 하겠지요. 예를 들자면 피고인에게 아내에게 설렁탕을 사 가지고 간 일이 있습니까? 왜 그랬습니까? 그러니까 아내가 평소 먹고 싶어하던 것을 사주고 싶었던 것이지요? 등과 같이 말입니다.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할 증인을 내세워 신문할 수 있습니다. 역시 증인으로는 소설 속 등장인물이거나 가상의 인물을 내세울 수 있습니다.
4. 피고인을 맡은 두레 : 피고인 1인(김첨지 역)을 선출하고. 검사측 신문 내용과 변 호인측 신문 내용의 답변 자료를 마련하도록 합니다. 소설 속 상황을 잘 분석하여 최대한 소설 속 인물의 학식, 성격, 말투 등과 일치하도록 답변을 마련해 보세요.
5. 증인을 맡은 두레 : 검사측 또는 변호인측 증인을 맡은 두레는 검사측 또는 변호인측의 질문 내용을 받아 답변 내용을 준비하면 됩니다. 검사측 증인은 죄를 입증할 수 있는 답변을, 변호인측 증인은 무죄임을 입증할 수 있는 답변을 준비해야겠지요. 증인의 신분이나 직업, 성격 등을 반영하여 자세하고 재미있는 연극 대본 같은 답변을 준비해도 좋습니다.
6. 좌석 배치는 다음과 같이 하면 됩니다.
배
심
원
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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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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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심
원
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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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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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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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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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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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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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심 원 석 |
♣ 차시 지도시 유의 사항
모의 재판 형식의 수업을 하는 목표는 재판의 절차를 가르치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행동을 종합적 상황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실제의 재판의 형식과 약간 차이가 있어도 상관없다. 여기에 실례로 든 모의 재판도 현실의 재판 형식과 다르다. 여러 번 공판이 열리는 실제의 재판과 달리 한 번의 재판 속에서 검사의 구형과 판사의 선고가 이뤄지는 것도, 우리 나라에는 없는 배심원 제도를 둔 것도, 피고인 인정신문을 생략한 것도 현실의 재판과는 다르다.
증인의 경우 한 증인을 검사와 변호인이 동시에 신문할 수도 있고 역할을 나누어야 할 두레가 많을 경우 아예 검사측 증인과 변호인측 증인으로 역할을 나누어 각각의 두레가 맡아도 상관없다.
모든 두레는 소설을 다시 꼼꼼히 읽으면서 인물이나 사건정황에 대한 분석을 해야 한다. 그래야 신문이나 답변을 잘할 수 있다. 재판장을 맡은 두레에게는 재판 절차와 법정용어를 가르쳐주고 망치와 검은 망토를 준비하도록 일러둔다. 증인석에 법전을 하나 갖다 두고 증인 선서를 시키는 것도 재미있다. 증인 선서문을 간단하게 프린트하여 증인석에 놓아두도록 하면 된다.
변호인과 검사를 맡은 두레는 제일 바쁘다. 피고인과 증인들에게 할 질문을 만들어 각각의 해당 두레에 먼저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질문을 만들 때 핵심을 파고드는 집요한 질문을 만들도록 주문해야 한다. 피고인이나 증인을 맡은 두레에게는 최대한 각자의 신분이나 출신 학식 정도에 따라 성격이 드러나는 답변을 하도록 지도하면 모의 재판에 연극적인 재미를 더할 수 있다. 모의 재판을 준비하는 토의 시간에는 선생님이 두레마다 쫓아다니며 지도를 해주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은 재판 자체를 낯설어 하며, 학생들이 만든 신문 내용이 핵심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배심원들은 공책에 재판 도중 생각난 것들, 김첨지에 대한 비판 또는 옹호 등을 기록해서 모두 돌아가며 발표를 하도록 하면 더욱 진지한 태도로 학급 전원이 재판에 참여하게 된다. |
모의 재판 진행
<학생들이 진행한 모의 재판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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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의 주인공 김첨지의
남편의무 유기죄에 관한 재판-
목천중학교 2학년 1반
재판일시 : 2000년 6월 1일 5, 6교시
재판장소 : 목천중학교 2학년 1반 교실
재판장 : 도레미
피고인 : 문민수
검 사 : 김미리내
변호사 : 김수민
서 기 : 권태원
검사측 증인 : 집주인(박연아), 죽은 아내의 친정어머니(최경준)
변호인측 증인 : 술집주인(이순정), 남첨지(김첨지의 고향친구 남재현),동료 인력거꾼(이상미)
(재판관들 등장)
서기 :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기 바랍니다. (재판관들 자리에 앉다) 모두 자리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재판장 : 지금부터 문학법정 사건번호 제 1호 ‘운수 좋은 날’의 주인공 김첨지의 남편의무 유기죄에 관한 공개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땅땅땅) 먼저 검사 측에서 고발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검사 : 피고인 김첨지는 병든 아내를 위해 약을 쓰거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으며 언어폭력과 가정폭력을 가한 죄로 고발하는 바입니다.
재판장 : 다음은 변호사 측에서 반론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변호사 : 피고인 김첨지는 어렵게 살면서 열심히 일했습니다 물론 아내도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가난과 돈으로도 못 고치는 병을 피고인 김첨지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김첨지는 시골에서 땅을 잃어버리고 부모님마저 돌아가셔서 서울에 살면 돈 한푼이라도 벌 것이라고 생각하고 서울에 올라온 것입니다. 하지만 서울에 살아도 가난을 어쩔 수 없었고 부인의 병 때문에 더 힘들어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피고인은 무죄임을 확신하는 바입니다.
재판장 : 피고인 신문이 있겠습니다 먼저 검사 측부터 피고인 신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검사, 일어나서 피고인에게로 다가간다)
검사 : 피고인은 아내가 아픈 것을 알고도 왜 약을 사 먹이지 않았습니까?
피고인 : 약을 먹이면 면역이 약해져서 자꾸 약만 먹게 될 것이고, 없는 살림에 약값 대기도 빠듯해서 돈 좀 모이면 병원에 데리고 갈려구 했슈.
검사 : 그럼 인력거꾼이라는 직업이 있으면서도 왜 약을 사다주지 않았습니까?
피고인 : 돈벌이가 잘 되지 않았슈.
검사 : 그러면 아내가 죽던 날 나가지 말라는 아내의 부탁을 무시하고 왜 일을 나갔습니까?
피고인 : 어떻게 안 나가유. 나가서 돈 벌어 아내를 데리고 병원에 가고 싶었슈. 그래서, 그래서, 돈 벌러 나갔슈. 나갈 때 내 맘도 찢어질 것 같았슈.
검사 : 아내가 죽던 날 왜 늦게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피고인 : 왠지 재수가 좋드라 했슈. (흑흑) 기분이 이상한 게 아내가 죽었을 것 같았슈. 그래서 어쩐지 두려웠슈. 조금이라도 늦게 일을 당하고 싶었슈.
검사 : 아무리 늦게 죽음을 맞고 싶었어도 아내의 부탁대로 처음부터 아내와 함께 있어 주었더라면 아내는 좀 더 죽음을 편안히 맞이할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피고인 : 지가 죽일 놈이여유.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슈. 전 돈 좀 벌어서 병원 데리고 갈려구 한 거였는디, 돈이 읎어서……. 지가 돈에 환장했나 봐유.
검사 : 아내가 죽은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꼈습니까?
피고인 : 지가 나쁜 놈이여유. 때린 것도 지가 잘못했슈. 지가 그저 죽일 놈이여유.
검사 : 변변한 살림도 없고 벌이도 없이 개똥이를 앞으로 어떻게 키워나갈 작정이십니까?
피고인 : 개똥인 잘 키울 거예유. 어려운 살림이라도 잘 키워서 아내한테 속죄하는 맘으로 개똥이라도 잘 키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될 거예유. 두고 봐유.
검사 : 개똥이는 아직 젖먹이인데 젖도 없이 어떻게 잘 키울 수 있습니까?
피고인 : 우유라도 사 먹여야쥬.
검사 : 우유 사 먹일 돈은 있습니까?
피고인 : 워치기 마련해 봐야쥬.
검사 : 이상입니다.
재판장 : 이어서 변호인측에서 피고인 신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변호사 : 김첨지는 서울로 올라오기 전에 무엇을 하며 지냈습니까?
피고인 :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살았슈.
변호사 : 어쩌다가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습니까?
피고인 : 왜놈들이 우리 토지를 다 빼앗아 갔슈.
변호사 : 서울로 올라왔을 땐 서울에서 무엇을 하기 위해 왔습니까?
피고인 : 시골서 뼈빠지게 일해봤자 수확은 다 왜놈들이 가져가구 돈 한푼 못 버니깐 서울에라도 올라가서 돈 벌려구 왔쥬.
변호사 : 서울에서 어떤 직장을 원했습니까?
피고인 : 그냥 밥 벌어먹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올라왔쥬.
변호사 : 어떻게 해서 인력거꾼을 하게 됐습니까?
피고인 : 고향에 있는 집 판 돈으로 아는 사람 소개받아 인력거 하나 받아 하게 됐슈.
변호사 : 인력거꾼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피고인 : 인력거 타는 사람도 없구 돈벌이도 시원찮고, 앓는 아내를 집에 두고 일한다는 게 힘들었슈.
변호사 : 피고인이 아내에게 약을 사주지 않은 이유는 병이란 놈에게 약을 주면 자꾸 또 온다는 평소 신념 때문입니까? 아니면 약값이 없었기 때문입니까?
피고인 : 안 사준 게 아니라 못 사줬슈. 자꾸 약을 먹으면 중독이 된다는 소리를 들었슈. 그럼 약을 매일 사줘야 되는디 살림도 빠듯한데 약값 댈 자신도 없었슈.
변호사 : 그 당시 피고인의 생활은 어땠습니까?
피고인 : 방세도 넉 달치나 밀렸슈. 밥 끼니도 잘 챙겨먹지도 못했구유.
변호사 : 피고인도 굶으며 인력거를 끌었습니까?
피고인 : 야.... 인력거 일이 잘 되면 밥도 먹구 가끔씩 치삼이네서 얻어먹기도 했슈.
변호사 : 피고인이 감옥에 간다면 개똥이는 어떻게 됩니까?
피고인 : 돌봐줄 사람이 없슈. 우리 불쌍한 개똥이... (피고인, 흐느낀다) 개똥이라도 반듯하게 키워서 아내에게 사죄하고 싶어유. 근디 감옥에 가면 우리 개똥이는 어떻게 해야할지…….
변호사 : 이상입니다.
재판장 : 그럼 이어서 검사 측 증인 신문이 이어지겠습니다.
검사 : 김첨지의 집주인을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집주인, 들어와서 증인석에 앉는다.)
(서기는 집주인에게 다가가 법전에 손을 얹고 증인 선서를 하게 한다.)
집주인 : 증인은 이 신성한 문학 법정에서 진실만을 증언할 것을 맹세합니다.
검사 : 아내가 죽던 날 김첨지는 일찍 돌아왔습니까?
집주인 : 평소에도 늦게 들어오는 편이었지만 그날 따라 어디서 술을 마셨는지 흠뻑 취해 들어왔더군요. 술이 잔뜩 취해선 횡설수설……. 우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검사 : 평소 아내에게 먹을 음식을 잘 가져다주었습니까?
집주인 : 요즘 잘 먹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인력거꾼을 해서 벌어온 돈으로 근근히 끼니는 잇는 것 같았으나 굶는 때도 많았지요
검사 : 약을 사다 먹이거나 병원에 데려간 적은 있습니까?
집주인 : 그 집 어려운 건 요즘 집세도 몇 달치나 밀린 것으로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만 먹었다면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약을 먹이거나 병원에 데려간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김첨지 술 마시는 돈만 모아도 수술까진 거뜬히 했을 걸요. 돈이 없어서 그랬다는 건 핑계거립니다 어떻게 아내가 그 지경이 될 때까지 그대로 둡니까?
검사 : 그렇다면 충분히 끼니를 이을 만큼 돈을 벌었다는 얘기군요.
집주인 : 예.
검사 : 그러면 김첨지 부부는 부부싸움은 자주 했습니까?
집주인 : 가끔 있는 것 같긴 했지만 싸움이 아니라 아내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편이었어요.
검사: 그렇다면 김첨지가 아내를 심하게 때렸습니까?
집주인 : 손찌검이 약간 있는 것 같더군요.
검사 : 증인이 볼 때 김첨지의 폭력이 아내의 병에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까?
집주인 : 몸도 힘들었지만 정신적 피해가 더 컸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검사 : 평소에 김첨지는 병든 아내에게 약을 사다 먹이지 않았는데 약을 한두 번 사다 먹이면 병이 더 자주 찾아올 거라는 김첨지의 신조를 증인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집주인 : 그건 순전히 핑계라고 생각합니다. 아내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겁니다.
검사 : 이상입니다. 이어서 죽은 아내의 친정어머니를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친정어머니 : (증인석으로 나와 선서한다.) 증인은 이 신성한 문학 법정에서 진실만을 증언할 것을 맹세합니다.
검사 : 딸이 아프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습니까?
친정어머니 : 몰랐지유, 지가 워치기 아남유.
검사 : 그렇다면 딸이 왜 죽었다고 생각합니까?
친정어머니 : 남편이 있으면 뭐해유. 아내가 아프다는디 약두 안 지어주구 혼자서 끙끙 앓다가……. 그래서 딸이, 딸이 죽었을 거예유.
검사 : 사위인 김첨지가 평소에 딸에게 어떻게 대했다고 생각합니까?
친정어머니 : 관심두 별루 안 가졌을 거예유. 자기 아내가 끙끙 아파 죽겄다는디 약두 안 지어주구, 욕만 지랄허게 퍼붓구……. 그게 무슨 남편인가유. 망할 놈이지유. 불쌍한 우리 딸……. 그놈한테 우리 딸을 맡기는 게 아니었는디…….
검사 : 지금 딸을 잃은 심정은 어떻습니까?
친정어머니 : 뭐라구 말할 수 있겠슈. 그냥 딸에게 미안할 뿐이지유. 저런 놈을 내 사위로 맞았다는 게. 정말 딸이 불쌍해유. 아이구 내 딸…….
검사 : 마지막으로 사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십시오.
친정어머니 : (피고인석을 바라보며) 이 때려죽일 놈아, 넌 사람두 아녀. 그깟 약두 안 지어주고 죽게 놔둬? 가는 저승길도 쓸쓸하게 가게 만든 넌 죽어야 해.
검사 : 예, 이상입니다.
재판장 : 이어서 변호인 측의 증인신문이 이어지겠습니다.
변호사 : 예, 술집 아주머니를 변호인측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술집주인 : (증인석으로 나와서 선서한다) 증인은 이 신성한 문학 법정에서 진실만을 증언할 것을 맹세합니다.
변호사 : 장사를 몇 년째 하고 있습니까?
술집 주인 : 예, 한 17년 됐나 봐유.
변호사 : 장사를 하는 동안 김첨지를 많이 보았습니까?
술집 주인 :우리 단골손님이어유. 고향 사람이라구 자주 와 주더구먼유.
변호사 : 김첨지가 인력거꾼을 하는 동안 쭉 지켜보았습니까?
술집 주인 : 예.
변호사 : 그렇다면 김첨지와 친했습니까?
술집주인 : 친했다 마다유.
변호사 : 친했다면 김첨지의 생활과 김첨지에 관하여 잘 알고 있겠군요. 자세히 설명해 보십시오.
술집주인 : 돈벌이가 안 되는지 한숨만 쉬구 형편두 어려워유. 월세방에 방 한 칸 겨우 빌려갖구 사는데유.
변호사 : 그 날도 김첨지가 술집에서 친구와 술을 먹었지요. 그때 김첨지는 어땠나요?
술집주인 : 계속 술만 시키고, 돈을 많이 벌었는지 기분이 좋아 보였어유.
변호사 : 아주머니, 김첨지의 집안 사정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
술집주인 :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살고, 집두 허술하구, 가난한 것 같았슈.
변호사 : 아주머니가 보기에 김첨지는 어떤 사람인 것 같습니까?
술집주인 : 성실하구, 일이 있으믄 언제든지 일하구……. 착한 사람이었슈.
변호사 : 예, 이상입니다. 이어서 김첨지의 동료 인력거꾼을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인력거꾼 : (증인석으로 나와 선서한다.) 증인은 이 신정한 문학 법정에서 진실만을 증언할 것을 맹세합니다.
변호사 : 당신은 어떻게 해서 인력거꾼을 하게 되었습니까?
인력거꾼 : 저도 시골 살다가 살기 힘들어서 서울로 와서 인력거꾼이 되었구먼유.
변호사 : 김첨지와는 같이 일해 오면서 시골에서 살던 일을 얘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
인력거꾼 : 그러믄유. 시골에 살 때는 논두 20마지기나 있구 밭두 200평 정도 있었대유. 일본 놈들이 논두 밭두 다 뺏어가서 이리루 이사와서 사는 거라구 하더라구유.
변호사 : 김첨지의 첫인상은 어땠습니까?
인력거꾼 : 성실한 사람 같았어유.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이……. 하여간 성실한 사람 같았다니께유.
변호사 : 그렇다면 김첨지는 일을 성실하게 했습니까?
인력거꾼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매일같이 나와서 열심히 했다니께유. 가끔 김첨지가 자주 가는 대폿집에 들러 얘기도 하구 그랬지유.
변호사 : 인력거꾼을 한다면 한 달에 얼마 정도를 벌 수 있습니까?
인력거꾼 : 많이는 못 벌어유. 정해져 있지두 않구유. 많이 번 날은 하루에 5원두 벌구 못 벌면 1원두 못 벌구 들어갈 때두 많어유.
변호사 : 그럼 당신의 집안도 그리 좋은 형편이 아닌가요?
인력거꾼 : 형편이 좋으면 어디 이거 하구 있간디요. 인력거꾼 생활로 겨우 입에 풀칠하고 사는디…….
변호사 : 김첨지의 집안 형편을 잘 알고 있습니까?
인력거꾼 : 그 집두 살기 힘들었을 거여유. 요즘 다 그렇지유, 뭐.
변호사 : 당신은 김첨지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인력거꾼 : 성실하구 남에게 나쁜 짓 안 허구, 웃음을 잃지 않았어유. 잘은 몰라두 좋은 사람이에유.
변호사 : 예, 이상입니다. 다음은 김첨지의 고향친구 남첨지를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남첨지 : (증인석으로 나와 선서한다.) 증인은 이 신성한 문학 법정에서 진실만을 증언할 것을 맹세합니다.
변호사 : 남첨지는 김첨지와 어떤 사이입니까?
남첨지 : 절친한 친구 사이예유.
변호사 : 김첨지를 처음 어떻게 만나게 되었습니까?
남첨지 : 어려서부터 한마을에서 자랐슈. 부모님들끼리도 이웃사촌이라 스스럼없이 지내셨구, 저희들두 다 자라서 장가들 때까지 함께 지냈슈,
변호사 : 친구 김첨지는 서울에 올라오기 전에 시골에서는 어떤 생활을 하였지요?
남첨지 : 찢어지게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사람이 어떻게 살았겠슈. 어려서부터 고생이란 고생은 다 허면서 힘들게 살았쥬. 어디 안 그런 사람이 있간유? 조그만 땅뙈기 부치면서 근근히 사는 사람은 갈수록 살기가 힘들었슈. 그 친구 참 불쌍한 놈이에유.
변호사 : 그럼 김첨지가 어떻게 해서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습니까?
남첨지 : 그 얘기가 나오믄 지도 참 가슴 아프구 억울한디유, 토지조사 사업인가 하는 것을 벌이지 않았습니까? 못 배우구 무식한 우리덜은 그런 것이 있는지두 잘 몰랐는디, 갑자기 나라에서 나왔다구 측량긴가 하는 걸 갖구 온 사람덜이 우르르 나왔슈. 나중에 알구보니 그때 신고를 안 해서 우리덜 땅이 총독부 땅으로 넘어갔다는규.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이야기지유. 그때 우리집도 하루아침에 땅을 다 날려버렸지만, 김첨지네는 난리두 아니었슈. 그 충격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화병으로 몸져 누우셨지유. 온 마을에 땅이란 땅은 다 일본놈들에게 넘어갔지만, 항의를 하려구 해두 도대체 뭔 내용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유. 그래서 눈 뜬 장님 꼴로 땅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슈. 그때 농사 때려치고 서울로 돈 벌러 간 사람이 많았는데 그중 김첨지두 끼어 있었던 겁니다.
변호사 : 김첨지가 서울로 올라가 인력거꾼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까?
남첨지 : 예, 서울서 인력거꾼 하면서 힘들게 산다구 들었슈.
변호사 : 친구로서 보기에 김첨지의 성격은 어떤 것 같습니까?
남첨지 : 인정은 많지만 밖으로 잘 내색은 안 해유. 좀 무뚝뚝하기는 해도 속으로 얼마나 배려가 깊은디유.
변호사 : 김첨지가 왜 앓는 아내에게 약을 사주지 않았다고 생각하십니까?
남첨지 : 김첨지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지가 잘 압니다. 무뚝뚝해서 표현은 못 하구……. 하지만 때론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지유. 그 렇지만 그놈의 돈이 웬수라구, 없는 살림에 끼니 챙기는 일이 더 급했겠지유. 약을 안 사준 게 아니라, 못 사준 걸 거예유.
변호사 : 예, 이상입니다.
재판장 : 그럼 이어서 변호인의 최후 변론이 있겠습니다.
변호사 : 피고인 김첨지는 어렵게 살면서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러나 가난과, 약을 써도 못 고칠 병을 피고인 김첨지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아내가 죽던 당일에는 돈을 좀 벌었다지만 김첨지는 이미 아내의 죽음을 예측하였을 것입니다. 두려움dns과 슬픔에 젖어 술을 먹으며 친구의 위로를 받았던 것이지요. 김첨지는 시골에서 땅을 빼앗기고 부모님마저 돌아가시자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서울에서는 무슨 일을 해서라도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서울로 올라왔던 것이지요. 그러나 서울에서도 살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식은 밥 달라 울고, 아내는 돈 안 벌어온다고 잔소리하고, 김첨지는 이런 생활 속에서도 성실함을 잃지 않았지요. 여러 증인들이 말했습니다. 김 첨지는 착하고 성실하며 남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그 당시 김첨지는 생활이 어려웠고, 가족 중 누가 병에 걸려도 치료를 할 수가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이렇게 살기 힘든 판에 아내를 잃었으니 김첨지는 참으로 마음이 아팠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 시대의 희생자인 김첨지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본 변호인은 생각합니다. 부디 재판장님의 현명하신 판결을 기대합니다.
재판장 : 그럼 검사는 구형해 주십시오.
검사 : 피고인 김첨지는 인력거꾼이라는 엄연한 직업이 있으면서도 조밥도 굶는 형편으로, 아까 술집주인의 증언에 의하면 김첨지가 술집에 단골이었고, 김첨지의 술값으로 밥값을 했다면 충분히 끼니를 때울 수 있었을 겁니다. 돈이 없어 아내에게 약을 사 먹이지 못했다는 것은 죄를 회피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앓는 아내에게 약 한 첩 쓰지 않으면서 병이라는 놈에게 약을 주면 자꾸 더 병이 온다는, 말도 안 되는 신조를 지키면서 남편의 의무를 유기했습니다. 또한 ‘오라질 년, 젠장맞을 년, 빌어먹을’ 등 언어폭력을 가했으며 앓는 아내를 구타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때문에 아내의 병이 더욱 악화되었을 것입니다. 병든 아내를 며칠을 굶기고 젖을 아직 떼지 못한 아들 개똥이도 굶겨 죽일 뻔했습니다. 아직 젖먹이인데 젖을 먹일 어미까지 죽어 없으므로 앞으로 개똥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을지 확실치 않습니다. 김첨지는 남편의 의무를 유기하여 가족들을 돌보지 않은 이상의 죄목으로 징역 3년을 구형합니다.
재판장 :그럼 잠시 휴정한 뒤 배심원 토의를 위해 재판을 속개하겠습니다.(땅땅땅)
(재판에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학생들, 모두 한 마디씩 김첨지의 유죄, 또는 무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힘)
재판장 : 그럼 판결을 내리겠습니다. 운수좋은 날의 주인공 김첨지는 아내의 병이 중증임을 알고 아내가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내를 돌보지 않아 죽게 내버려두었으므로 남편의무 유기죄를 적용하여 엄벌에 처할 것은 마땅하나, 그가 시대의 피해자로, 가난하여 병원 문턱을 높게 생각했으리라는 것에 대해 정상 참작하고, 또 돌보아야 할 자식 김개똥이 있으므로 징역 6 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합니다. (땅땅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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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단원 평가 자료>
평가 영역 |
평 가 기 준 |
배점 (총 40점) |
모의 재판
(10점) |
* 준비과정에서 두레 전체가 진지하고 활발하게 토의에 임했는가
*각 두레에서 맡은 인물에 대한 이해가 분명하고 적극적으로 역할을 다했는가
* 질문내용이나 답변내용이 소설과 시대적 배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가
* 질문이나 답변 내용에 연극적 요소를 가미하여 재미있게 썼는가 |
* 4항목 - 10점
* 3항목 - 8점
* 2항목 - 6점
* 1항목 - 4점 |
출처: 교육과정평가원